요슈타인 가아더 / 장영은 옮김.
대게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철학적 사유가 아닌 철학사를 외우는 것과 동일시 되고 있다. 나는 플라톤의 이데아와 칸트의 순수이성이 어떻다고 외우는 것엔 전혀 흥미가 없다. 어설픈 지식을 자랑하는 것 외에 어떤 쓸모가 있단 말인가? 다만 대부분의 서양 고전들이 이러한 철학에 바탕을 두고 쓰여진 만큼 서양에 대해 알려는 지적 욕구를 만족하기 위해서 어떤 것인지는 한번쯤 보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서양 철학사 책들은 특유의 어려운 개념과 문체로 읽는이에게 친절하지 않다. '소피의 세계'는 소설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 속의 편지글 형식으로 철학사를 소개하며 쉽게 지루해지지 않도록 쓰여져 있다. 다만 철학자들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비판적인 면이 부족해 그들의 말이 꼭 진리로 느끼게 끔 오해하기 쉽도록 설명되어 있다. 또한 모든 관점을 서양 중심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문제가 크다.
책속의 철학들은 철학인지 신학인지 개념을 잡기가 쉽지않다. 동양에서의 신은 서양과는 사뭇 다른데 신의 존재에 대한 증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서양 철학을 기독교적 관점에서만 설명하다보니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것은 다른 책들과 다름이 없다.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간략적으로 살펴보는 것에 중점을 둔 이책으로 서양 철학사에 입문하는 것은 잘못된 관점을 가지게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책의 명성에 비해 개인적으로 추천하기는 꺼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