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igin Of Humankind, 리처드 리키 / 황현숙 옮김
예로부터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와 더불어 '인류의 기원'은 모든 사람들의 원초적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기독교적 영향을 크게 받은 서양-이집트와 이슬람 문화권은 확실하지 않다.- 사람들은 인간은 동물과는 다른 특별한 생명체라고 인식해왔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동양의 경우 옛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해 온건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이는 전적으로 나의 무지일 수 있으나 내가 나고 자란 한국의 신화에는 '곰이 쑥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라는 단군신화를 통해 엿보건데 서양과는 다른 인식을 가졌던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의 학문은 서양에 바탕을 두고 발전한 만큼 인류의 기원에 대한 물음도 서양인의 인식을바탕으로 해서 전개되어왔다. 신이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었다는 그들에게 있어 신에 의해 창조된 특별한 인간이란 관점은 쉽게 버리기 힘들 것이 분명하지만 과학의 발전을 통해 하나하나 무너져 왔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말하기 이전에는 우주의 중심이었던 지구가 칼 세이건이 말했던 '창백한 푸른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긍해야만 했고, 다윈의 <종의 기원>을 통해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 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프로이드에 의해 인간과 동물이 다를바 없다는 의견도 등장했으니 과학의 발전은 아이러니를 동반한다.
이성적으로 보이는 과학자들은 감정의 영향을 적게 받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들도 일게 인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과학사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알 수 있다. 수백만 년 전의 인류의 기원을 다루는 생물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리처드 리키는 이 책을 통해 감정에 지배되었던 수많은 과학자들의 주장과 그들의 생각이 틀렸음을 여러 논쟁의 시간적 흐름을 통해 보여준다.
서양적 관점에 매몰되지 않고 과학적인 입장에서 인류의 기원을 바라보는 리키의 입장을 드러내는 이 책은 인류의 기원에 대한 객관적 성과들을 살펴보기에 좋은 책이고 호기심을 충족시키는데도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