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주장한 랑케가 흔히 실증사학을 주장한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랑케는 역사란 과학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는 수집하고 발견하고 탐구하다는 점에서 과학이지만, 발견한 것과 인식한 것을 재창조하고 서술하다는 점에서 예술이다. 다른 학문은 발견한 것을 단순히 기록하는 데 만족하지만, 역사는 재창조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보편사의 이념>


랑케는 과학과 예술 둘 중 하나라도 생략되면 그것은 역사가 아니라고까지 말했다. 사실의 독립성과 객관성에 관심을 두었지만 그 못지않게 진실의 추구를 통한 보편사로서의 역사에 비중을 둔것이다. 즉 흔히 말하는 실증사학은 랑케가 주장하는 역사학의 방법론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의 모든 해석은 사실로부터 시작해서 사실로 돌아온다. 역사의 해석에 있어서 사실의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실증사학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 단지 방법론에 불과한 실증사학을 역사를 바라보는 유일한 방법이라 주장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이병도, 신석호등의 친일 사학자들은 지나치게 사실에 집착하고 숭배하는 태도를 보였다. 식민사학자들은 진실을 탐구하는 역사학의 이상 추구가 아니라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서 실증사학을 이용했다.

식민사학자들이 이용한 실증사학은 상대방의 해석을 무력화시키고 자신의 해석을 절대화하기 위한 수사적 무기로서 이용되었다.

이러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역사를 이용한 식민사학자들의 경우 뿐만 아니라 거대 담론으로의 목적을 위한 역사도 존재한다. 해석이 없는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를 바라볼 때는 이러한 의도들에 주의하면서 진실을 바라보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