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odotus <historíai>

relative/History | 2009. 7. 22. 13:50 | kathe
과거의 일을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서사시와 역사서는 다를 바가 없어보인다.

서사[敍事]
[명사]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음.

역사[歷史]
[명사]
1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2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국어사전을 통해 보아도 서사와 역사의 구분이 한눈에 드러나지 않는다. 랑케, 콜링우드, 카, 헤겔등의 수많은 석학들의 논의와 작금의 포스트모더니스트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는 역사에 관한 정의는 쉬운 문제가 아닌것은 분명하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신들이라는 초월된 존재들이 반영된 문학이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사실들도 기록되어있다. <일리아스>의 유명한 트로이전쟁이 신화속의 전설이 아니라 실제로 존대했던 도시라는 것이 발굴 조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직접적인 경험만 기록한 것이 아니라 다른사람이 전해준 이야기도 적어두었다고 말한다. 과거의 일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없었던 일이 될까 우려하여 사실의 판단은 독자에게 맏기고 우선 기록으로 남겼다고 직접 밝힌다.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과거의 사실이 포함되어 있지만 신화라는 허구의 세계가 혼재되어 있듯이 <역사>의 내용 역시 모두 사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키케로가 헤로도토스를 '역사의아버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헤로도토스의 저서 <역사>는 서양 최초의 역사서라고 여겨진다. 어떤 차이가 있어서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역사서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역사>의 첫머리에 헤로도토스는 저술 목적을 밝히고 있다.


할리카르나소스 태생 헤로도토스는 인류의 업적이 후세에 잊혀지지 않도록 그리고 그리스인 및 그 밖의 민족들의 훌륭한 발자취가 길이 남겨지도록 하기 위하여 여기에 자신의 탐구 기록을 펴낸다. 특히 여기서 무슨 이유로 이들이 서로 전쟁을 하게 되었는지 들어 깨닫게 될 것이다.
-역사 1.1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트로이 전쟁의 이유를 신들에게서 찾고 있다. 즉 인간의 역사가 아니라 신들의 역사속에서 인갈들의 행위를 서술한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헤로도토스는 그리스와 페르시아간의 전쟁을 설명하면서 신이나 초월적 존재에 의한 이유가 아니라 인간세계의 관계속에서 인간의 관점으로 <역사>를 기록했다 .

또한 헤로도토스는 자료의 수집만으로 그친게 아니라 최대한 사실을 기록하려고 노력했다.


헤로도토스는 널리 여행을 다녔다. 그는 페르시아 제국의 대부분 지역을 방랑했고, 이집트로 가서 남쪽의 엘레판티네(아스완)까지 내려갔으며, 리비아, 시리아, 바빌로니아, 엘란 왕국의 수사, 리디아 및 프리지아도 방문했다. 또한 헬레스폰토스 해협(지금의 다르다넬스 해협)을 따라 비잔티움까지 올라갔고, 트라키아와 마케도니아로 가서 북쪽으로는 도나우 강 너머까지, 동쪽으로는 흑해의 북해안을 따라 스키티아까지 여행했으며, 돈 강 유역을 지나 좀더 내륙으로 들어갔다. 이런 여행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을 것이다.
-브리태니커


<역사>의 상당 부분은 구전에 바탕을 두기는 했지만 가능하다면 직접 여행을 다니며 사실을 확인하는데 노력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초월적 존재와 현실적인 이야기의 단순한 나열이라면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비교할 수 없는 차이를 보인다. <역사>의 그리스 원어 historiai는 “조사와 탐문을 통해 얻은 지식”이라는 뜻으로 헤로도토스가 어떤 의도로 저술했는지 알수 있다.

이와 같이 신화의 세계가 아닌 인간의 관점에서,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와 탐문등의 탐구의 노력은 이전의 서사시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역사라는 학문의 방향을 제시한 헤로도토스의 업적은 '역사의 아버지'라는 키케로의 말에 수긍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