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에서 보듯이 부처는 세상에 모든 것이 이유없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처럼 욕심은 허공에서 뚝 떨어져 나에게 다가오지는 않았을 테다. 다만 이미 마음 한켠에 자리잡아 버린 욕심이 어디서 나온건지 알 수가 없다.
나에게 자리잡은 많은 욕심들 중에 명예라고 이름 지어진 녀석이 하나 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어릴적부터 항상 같이 한 녀석이다. 눈길 한번 주지않고 무심히 지냈는데도 당당하게 마음 한자리 꿰차고 있다.
나이를 먹어 마음이라는 물줄기가 넓어졌다고 생각했다. 한켠에 자리잡은 욕심들도 꽤 떠내려 갔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제 자리에 굳건하다. 더욱 커지고 무거워져 내 마음을 누른다.
명예라는 녀석은 특히 덩치가 커서 물줄기를 흐트려 놓는다. 작은 욕심들도 흐트려진 물줄기에 겁을 먹지 않는다. 금방 자리를 잡아 둑을 쌓을 것만 같다. 결국 흐르는 물은 힘에 부쳐 멈춰 버릴 것이다. 녀석들에게 고인 물은 제 집과도 같다.
바람을 하나 하나 모아와야 겠다. 모으고 모은 바람은 태풍이 되어 줄게다. 한바탕 비와 바람이 몰아쳐 주면 작은 욕심들은 바람에 날아가고 명예욕은 불어난 물에 떠내려 가지 않을까? 시간이 흘러 또다른 욕심이 찾아올 때, 물줄기는 흘러 바다가 되었을 게다. 넓은 바다를 막을 만한 욕심은 아마도 없을 테다.